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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칼럼] 소비자를 존중하는 패딩

영국 유학 중, 런던 올림픽을 관람했던 친구가 말했다.
이번 올림픽 완전 실망이란다.
런던이 전세계 어느 도시보다도 물가가 비쌀텐데 평창이 런던보다 더하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이렇게 세계인의 축제이자 전 국민의 관심사인 평창올림픽은 비싼 티켓값과 바가지 숙박요금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런데 개막 전 부터 말많은 평창올림픽 관련해서 유일하게 대중이 열광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평창롱패딩'이다.
롱패딩 열풍도 열풍이라지만,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평창롱패딩을 위해 밤새 줄선이들을 보면 열정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쯤되면 제품에 쓰인 'Passion connected'란 문구가 소비자를 지칭한건지 웃음지어진다.

 

맞다. 요즘은 롱패딩 열풍이다. 매년 '패딩'이란 범주 안의 옷들이 날씨와는 반대로 핫하디 핫한건 사실이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부르는 그 패딩 안에는 굉장히 다양한 옷들이 있다.
운동선수스타일의 롱패딩, 프리미엄 패딩들이 자태를 뽑낸 파카형태, 직장인들의 필수품 패딩코트 등 우리는 여러가지 범주의 옷들을 편하게 패딩이라 부른다.
쉽게말하면 가볍고 실용적인 합성섬유 겉감에, 털이나 솜을 충전재로 집어넣으면 패딩이라 불린다.

 

나도, 친구들도, 패딩이 좋은건 알지만 언제나 고민되는 부분이 있다. 이미지가 자칫 가벼울 수 있다는 것.
직장생활하는 남자들은 공감하겠지만 슈트 위에 롱패딩을 입은 모습은 상상할 수 조차 없다.
얼마나 우스울까.
추운날씨 때문에 멋보다 실용이 우선이라지만, 먹을만큼 먹은 나이에 패션테러리스트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그리고 캐주얼과 비즈니스를 넘나들며 따뜻함 까지 갖춘 프리미엄 패딩?! 물론 너무 좋다.
가격만 빼면.
웬만하면 100만원, 저만하면 300만원을 호가하니 선뜻 구매하기 어렵다.

 

그 뿐인가.
큰 맘먹고 할부를 돌렸더니 이게 웬걸.
그 비싼 가격에... 거위도 아닌 오리털이다. 혹시몰라 라벨을 뒤적거리니 확인사살을 시켜주신다. 오리털이라고.
오리털이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비싼가격의 제품을 거위털이 아닌 오리털로 만들었다고 하니 뒤통수를 한대 맞은 것 같았다.
배신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프리미엄 패딩의 이름 값에 맞지않는, made in china이다.
분명 브랜드는 패션이나 패딩의 강국인데 생산을 중국에서 한단다. 생산원가를 줄이기 위함이겠지만 소비자에겐 너무 큰 배신감으로 다가온다.
100만원이 넘는 패딩이 중국생산이라니...

 

남자들의 고민이 대부분 비슷하다.
나도, 내 친구들도. 아 우리 아버지들도.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사는 이상적인 그림이 그려져야하는데, 그게 어디 쉬울까. 쉽지않다.
화가 났다. 그래서 그 화가 난 마음을 곱씹고 곱씹어 제품을 만들었다.

포커스는 이렇다.
'가볍고 따뜻해야한다.'
조금 더 욕심내면, 슈트와 어울림과 동시에 멋스러워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해냈다.

 

보통의 패딩원단들은 '나 패딩이에요'를 외치며 번쩍번쩍하지만, 우리의 패딩코트는 광택이 없어 코트인지 패딩인지 헷갈릴 수준이다.
그 수준을 구현해내기 위해 일본 sunwell사의 수입원단을 사용해 고급스럽고 매트한 느낌을 잘 살렸다.

자 이제 충전재.

 

답은 정해져있다. 따뜻하고 가벼워야 한다.
거위털을 쓰자.
그것도 검증된 원료를. 태평양물산의 프라우덴 화이트구스를 사용했다.
솜털90%에 깃털10%이다. 합이 거위털 100%. 아! 거위털을 조금 넣어야 극도로 가벼운데, 따뜻하려면 필파워를 높여야한다.
필파워 700을 썼다.

 

사실 엄청난 고스펙이다.
그럼 완전히 워크웨어인가. 아웃도어인가.
아니다.
슈트 위에 살포시 얹혀보니 이렇게 반가울 수 없다.
비즈니스룩에 상당히 적합하단 말이다.

 

결국 성공했다.

 

비즈니맨들의 고민을 덜어주고, 그들이 원하는 따뜻함과 가벼움, 그리고 정직함을 지켰다.
좋은 소재로만 만들어냈다. 가식없이.
그리고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공장을 통해 제작했다.

 

평창올림픽은 시작 전부터 대중의 관심을 실망으로 바꿔치기 했다. 그리고 그 실망감은, 개막하기도 전에 배신감으로 내몰고 있다.
패딩도 그렇다. 열풍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급하게 트렌드에 옮겨 탄 이들의 현혹된 상술과 마케팅에 소비자는 바보가 되곤 한다.
나 역시 하나의 소비자로, 한정된 예산을 똑똑하게 써야하는 미션에 언제나 직면해 있다.
그런데 구별이 참 쉽지 않다. 가격도,디자인도 어느 하나 판단이 쉽지 않다.
우리의 패딩코트를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싶다.
간단히 논리이지 않은가. 가볍고 따뜻한데, 약간 멋스러운.

 

아, 그리고 진짜 정직한 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