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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칼럼] 니트를 니트하세요

인스타그램에선 맞팔을, 페이스북에선 친구가, 그리고 블로그에서는 서이추(서로 이웃추가)를 한다.
분명 미디어에선 삭막한 세상과 더불어 험한 소식들도 들려오는데 반해, 사람들의 네트워킹은 더욱 활발하다.
의(衣)식(食)주(宙)는 인간생활의 필수요소이다. 그 중에서도 맨 앞에 자리한 의(衣)는 없으면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으나, 현대인들의 욕구 만큼에서는 단연 선봉에 설 자격이 있다.

그래서 우리의 삶의 요소이자 또다른 나를 드러낸 의(衣), 그 중에서도 겨울을 대표하는 니트를 니트하려 한다.

 

Knit의 또다른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사물이나 사람을 밀접하게 맺다'라는 뜻이 있다.
우리가 흔히 입는 니트웨어 역시 실을 서로 엮어 뜨개질 형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그 의미가 일맥상통한다고 이해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옷 하나에도 철학을 불어넣고 싶었다.
사람이 입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옷. 사람에게 선택받기 위해 만들어진 옷.
밀접하게 맺어진 이 관계는 비단 인간관계 뿐만 아니라 옷과 사람을 이어준 매개체로 연결 짓고 싶었다.

대부분의 패션브랜드는 이 맘 때쯤, 다양한 컬러와 종류의 니트를 선보인다.
소비자는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가장 먼저 생각했다.

 

 

대부분의 남성 브랜드에서의 니트는 두툼하거나 얇은 양극화 현상을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아우터와 매치해도 실루엣을 해치지 않고, 실내에서의 편의도 누릴 수 있는 적당한 두께를 지향했다.
멋스러움이 기반됨은 당연한 것이고.
그런데 평범한 짜임의 적당한 두께는 스웻셔츠(맨투맨)도 아닌 것이 영락없이 촌스러운 동네 샌님이 될 것만 같았다.

굳이 힘 주지 않아도, 남자의 묵직함을 가득 머금은 니트를, 우리는 만들었다.
생각만 가득했던 무형의 기획이 소비자의 몸에 입히는 그 순간까지, 철저히 생각하고 만들었다.
겨울의 한기마저 엮어버릴 중후하고 젠틀한 컬러감과 상대방의 시선을 고정시킬 짜임까지.

섬유와 실 사이 공간의 공기를 머금은 함기성이 체온을 높여줄 것이고,
하나하나 엮인 실은 움직임에 맞춰 편안함을 제공하며,
웨어러블한 실용성은 바쁜 일상의 짐을 덜어줄 것이다.

 

 

아우터 안으로 살짝 내비친 시크함, 그리고 니트 한 장이 바꾼 공기의 무게감을 직접 느껴보시길.
패션이란 '나'와 상관없는 범주라고 생각했다면, 하나의 작은차이부터 경험해보시길.
그러면 패션과 내가 knit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