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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칼럼] 두 얼굴의 데님

여름의 끝자락을 넘어, 어느덧 선선한 바람부는 가을이 왔다.
비염환자들은 아침저녁으로 재채기를 하며 환장할 노릇인 가을이지만,
여느 시집 한켠의 쓸쓸함보다는 분위기 있는 풍성한 계절이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요즘은 나 같이 끓는 청춘들이 아니고서야 대부분 반팔에서 긴팔로 환승한 풍경이 눈에 띈다.
선선한 바람만큼이나 자유롭고 멋스러워진 옷차림 역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전혀 다른 두가지의 매력이 공존할 수 없을지.
요상한 생각은 생각으로 끝나지 않고, 결국 옷으로 번졌다.
이번 시즌 우리의 데님셔츠는 공존이 어려워 제 갈길을 택했다.
양자택일이 어려울 땐 한가지를 택하기 보다, 둘다 택하면 된다.
생각보다 너무 간단한 논리이지 않은가.

사실 '데님?' 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일단 청바지다.
어쩌면 당연한 생각임과 동시에 약간은 두께감이 있을 것 같은 느낌다운 느낌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그 생각의 틀을 깨고 싶었다.

데님은 왜 두껍다고만 생각할까?
좀 편하고 가볍게 입을 수 없을까?
때론 섹시하게, 때론 캐주얼하게, 어려울까?

데님의 어원은 프랑스어로 '세르주 드 님(Serge de nimes)'
직역하면 '님의 능직'이란 뜻이다. 여기서 님이란 프랑스 남부지방 '님'을 말하며,
이 지역에서 능직(사선으로 짜여진 면직물)으로 짜여진 데님 천을 가장 먼저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미국에서 발전시킨 청바지의 영향으로 나에게 데님은 질기고 튼튼하고 두꺼운 직물로 인식이 되었던 것이다.
사실은 프랑스에서 처음 시작된 면직물이지만.

이로 인해, 더 확고해진 생각은 곧 데님셔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잠시 언급한 것처럼 양자택일이 안되면 모두 선택하면 된다.
그 답을 스트라입스의 데님셔츠를 통해 내놓았다.

한 가지는 이탈리아의 해변가 포르토피노에서 여자의 마음을 사로 잡을 만한 섹시한 데님셔츠
나머지 하나는 캐주얼하고 자유로운 삶의 남자를 모티브로 한 버튼다운 데님셔츠이다.

두가지는 상당히 다르다.

섹시함을 머금은 셔츠는 과감하고 길게 벌어진 칼라를 바탕으로 언제든 포용할 수 있는 남자의 오픈마인드를 어필한다.
셔츠 앞단은 어떠한가. 봉제선을 과감히 생략해, 계산적이지 않은 본능 그대로의 모습을 담았다.
마지막은 자개단추로 수를 놓았는데, 그 영롱함이 바라보면 빠져들만큼 깊다.

반면, 버튼다운 셔츠는 순한 양이다. 하지만 고리타분한 모습이 아닌 밝고 경쾌함을 말한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카메라를 훌렁 메고 여행을 떠나는,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가감없이 펼치는,
이를 테면 프리랜서의 모습을 닮았다고 할 수 있다.
버튼다운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약간은 길게 내려온 칼라를 선택했다.
버튼 색상 역시 부드러움이 녹아내린 연한 베이지톤으로 풍미좋은 카푸치노를 닮았다.
모든 스티치는 라이트브라운컬러를 사용해 부드럽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극대화 했다.

아! 게다가 두가지 모두 빈티지함과 자연스러움, 그리고 촉감까지 생각한 가먼트워싱을 거쳤다.
이건 당신을 위한 보너스다.
이 정도면 웬만한 이태리 셔츠들도 나가 떨어 질만한 디테일과 퀄리티다.

우리의 데님셔츠를 감히 메이웨더와 비교하고싶다.
얄밉지만 흠잡을데 없는, 그리고 누구와 견줘도 언제나 승리를 쟁취하는, 그런 셔츠 말이다.

자신의 캐릭터에 맞게, 혹은 상황에 맞게, 데님셔츠를 경험해보시라.
멋있다는 말을 듣는 것. 그리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