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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칼럼] 리넨, 여름의 해답인 이유

 

열이 많은 체질이라지만, 요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점심시간에는 너무 더워 길 건너 단골식당도 가기 싫고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은 때론 거슬릴만큼 쌀쌀하게 느껴진다.


이제 곧 사소한 것도 짜증나는, 그러니까 온도계가 가르키는 숫자와 나의 평상시 체온이 비슷해져버리는 아주 절망적인 더위가 턱밑까지 찾아 올 것이다.
계절이 반대인 뉴질랜드의 겨울로 순간이동할 수도 없는 지금, 그리고 곧 다가올 무더위에도! 여전히 답은 리넨이다.

 

 

요즘 쇼핑을 위해 흔히 핫플이란 곳을 둘러보면, 확실히 예전과 다르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패션시장에서 여름소재로 리넨을 찾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어떠한가.

 

spa브랜드는 저마다 형형색색 출입문 앞에서 픽미픽미를 외쳐대고, 럭셔리브랜드들 역시 중후함과 무게감을 유지하며 그들만의 픽미를 외친다.

 

 

보통 리넨을 '마'라는 식물로만 알고 있다. 어느정도 맞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식물에도 엄연히 종류가 있다.
마약류의 하나인 대마는 삼베로 좀 더 거칠고 뻣뻣한 느낌이다. 황마는 포대자루 용도로 많이 쓰이며 다이너마이트의 도화선 심지로도 쓰인다.


저마로 만든 모시는 삼베보다 부드러우며 어르신들 옷감이 많이 쓰이기도 하는 여름철 옷감이다.(이런이유에서 리넨을 할배옷이냐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아마로 만든 리넨은 면 소재처럼 촉감이 더욱 부드럽고 가공하기 쉽기 때문에 누구나 가장 선호하는 여름용 소재이다.


즉, 우리가 옷으로 입는 섬유는 보통 아마인 리넨이다.

 

 

사실 리넨은 인류가 최초로 살에 두르기 시작한 천연섬유이다. 고대 이집트 왕조의 유적에서도 증명되었듯이 역사적으로 쓰임새가 많았던 섬유이다.
기능성원단과 신소재가 대중을 현혹하는 사이, 어느새 패션시장에서 천연소재를 찾기는 정말 힘들어졌다.


물론 천연섬유는 좋고 합성섬유는 나쁘다는 식의 논리는 아니다.
다만, 천연섬유가 주는 피부에 자극없는 부드러운 촉감과 품위있는 은은한 광택감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리넨 특유의 까슬까슬함은 소재가 주는 서늘함으로 인해 여름소재에도 탁월함을 보인다.
성글 성글하게 짜여진 리넨 직물의 직조감은 땀을 빠르게 흡수하며 젖어도 금방 마를 수 있는 천연기능을 보유했다.


리넨 100%의 경우에는 시원함을 극대화 시키며, 면과 리넨이 만난 코튼리넨 소재는 한결 부드럽다. 최근에는 리넨과 합성섬유의 만남으로 실용적이고 변화무쌍한 아이템마저 만들고 있다.
식물의 섬유질로 짠 만큼 뻣뻣하기도, 구김이 잘 가기도 하지만 이를 자연스럽게 활용하면 멋스러움과 함께 트렌디한 자신의 모습을 가꿀 수 있다.

 

 

리넨은 원사 자체가 누런빛을 띄고 있어 기본 바탕자체가 아주 옅은 크림톤이다. 이런 배경에 아름다움 색채를 더하니 때론 화사하고 사랑스럽게, 그리고 시크하게 연출이 가능하다.
한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을만큼 재단 된 리넨슈트, 그런 슈트와 매치된 리넨셔츠는 캐주얼하지만 중후함을 잃지 않는 품위를 보여준다.


반면에, 낙낙한 느낌의 리넨슈트와 단추를 두어개쯤 풀어헤친 리넨셔츠는 섹시하면서도 편안한 우아함을 선사할 것이다.
가볍고 청량한 촉감은 기본옵션이며 무엇보다 분노폭발직전의 날씨로부터 해방시켜줄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구김에 민감하고, 면보다 거침에 거부감을 느꼈던 이들이여.
코코샤넬이 코르셋으로부터 여성들을 해방시킨것 처럼. 우리도 무더운 여름으로부터 조금이나마 피해보자.


리넨으로.

 

p.s 한여름 얼음이 갈린 음료를 빠르게 들이키다 뇌 속까지 느꼈던 차가움이 그리운 사람들에게 특히 강력추천.